정우비나, R&D·정보 경쟁력 갖춘 원단기업으로 세계 무대 넓힌다
정우그룹
생산 인프라 넘어 시장정보·트렌드 제안까지 경쟁력 고도화
AI기반 디지털 제안·R&D 강화…"바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베트남 법인 공장 전경

정우섬유 성수동 사옥
지난 1982년 설립, 40여 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한 정우섬유(오병철 회장), 정우비나(오병철 회장, 이복화 사장)는 지난해 한국·베트남·과테말라를 잇는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며 공급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를 토대로 정우비나(오병철 회장, 이복화 사장)가 올해는 R&D와 정보 경쟁력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 정보와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바이어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전략을 강화하며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단 품질과 생산 역량이 상향 평준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의 기준은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서 '무엇을 먼저 제안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우비나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R&D와 시장 정보, 디지털 제안 역량을 결합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원단기업으로 경쟁력을 한층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AI·R&D·물류 결합…원단 경쟁력의 진화
정우비나는 최근 글로벌 시장 조사와 트렌드 분석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세계 주요 패션 시장의 소비 흐름과 소재 변화, 시즌별 아이템 트렌드를 자체 분석해 바이어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기 시즌에 적합한 원단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바이어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원단을 요청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급사가 먼저 시장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단의 품질은 기본 경쟁력이 된 만큼 바이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시장 흐름과 소재 트렌드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정우비나는 디지털 기술 활용도 확대하고 있다. AI 기반 이미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원단이 실제 의류로 제작됐을 때의 모습을 시각화해 제공함으로써 바이어들이 상품 기획 단계에서 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원단 샘플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상품 기획과 디자인 과정까지 지원하는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물류 경쟁력 역시 핵심 축으로 꼽힌다. 글로벌 패션 시장이 빠른 공급 체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품질뿐 아니라 리드타임과 공급 안정성까지 주요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우비나는 한국의 R&D 기능과 베트남·과테말라 생산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신소재 개발과 다품종 소량 생산을 담당하고, 베트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니트 버티컬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과테말라는 북미 시장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미국 시장 대응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별 특화 기능을 연결한 생산 체계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정우비나만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바이어들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기준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ESG는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거래를 위한 기본 조건이 됐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브랜드와의 거래 자체가 어려운 시대다. 정우비나는 태양광 설비와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 친환경 생산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글로벌 ESG 기준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를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가장 큰 성장 시장으로 미주를 주목하고 있으며, 기존 생산 인프라도 이에 맞춰 최적화했다. 스포츠웨어와 액티브웨어 시장 확대에 대응해 면과 TC 방적 기반의 기능성 원단 개발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원단 시장의 변화도 정우비나의 전략 전환을 이끈 배경이다. 과거에는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별 상품군이 세분화되고 시즌별·지역별로 요구하는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다품종·소량 생산 체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베이직 원단보다 기능성과 디자인, 친환경성까지 갖춘 차별화된 소재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우비나는 생산 규모 확대보다 시장 변화에 맞춘 소재 개발과 신속한 제안 역량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원단 개발과 고객 맞춤형 제안 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AI 시대에도 답은 인재…산업 경쟁력은 결국 사람
정우비나는 AI 활용도 본격화하고 있다. 품질관리(QC) 분야에는 자동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과 검사 효율을 높였지만 섬유산업 특성상 AI가 사람의 감각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단은 소재와 조직, 컬러, 후가공 방식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자동차처럼 표준화된 산업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범용 AI보다 기업별 데이터를 반영한 '프라이빗 AI'가 섬유산업에 더욱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획력과 감각을 갖춘 인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도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섬유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생산 규모에서는 중국, 기술력에서는 일본이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력과 기획력, 개발 속도는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R&D와 정보, 물류,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경쟁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우비나는 제조 기반 강화와 함께 산업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국내 생산 거점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해외 인력 수급 지원은 물론, 대학과 연계한 산학협력과 인턴십 확대, 디자인 인재 육성 등을 통해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뷰티가 제조와 기획, 마케팅, 물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듯 섬유산업 역시 원단 생산을 넘어 기획과 정보, R&D를 결합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복화 정우비나 사장은 "이제는 좋은 원단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시장 변화와 트렌드를 먼저 읽고 고객에게 필요한 소재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R&D와 정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바이어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신뢰받는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